0161.jpg
      나무는 자기 몸으로  
       나무이다 /

     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/

     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/

      영하(零下) 십삼도(十三度) /

      영하(零下) 이십도(二十度) 지상(地上)에 /

     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/

      무방비의 나목(裸木)으로 서서 /

     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/

      아 벌 받은 몸으로, 벌 받는 목숨으로 /

      기립(起立)하여, 그러나 /

    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/

      온 혼(魂)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/

      불타면서 /

     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(零下)에서 /

      영상(零上)으로 영상(零上) 오도(五度) /

      영상(零上) 십삼도(十三度) 지상(地上)으로 /

      밀고 간다, 막 밀고 올라간다 /

      온몸이 으스러지도록/

     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/

     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/

      싹을 내밀고 /

      천천히, 서서히, 문득, 푸른 잎이 되고 /

    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/

     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/

      아아, 마침내, 끝끝내 /

     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/

      꽃피는 나무이다  /